잘못된 영양제 먹으면 암 유발 (마케팅, 플라세보, 근거중심)

 


지난 10년 사이 채소·과일을 하루 권장량(500g) 이상 먹는 사람의 비율은 정확히 반으로 줄었고, 반대로 영양제를 규칙적으로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저도 이 숫자를 보고 순간 뜨끔했습니다. 냉장고에 채소보다 영양제 통이 더 많았던 제 식탁이 딱 저 통계 그대로였거든요.

마케팅이 만든 착각, 가운이 만든 신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한동안 건강 정보를 '누가 말했느냐'로 골랐습니다. TV나 유튜브에서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나와 특정 성분을 이야기하면 이상하게 더 믿음이 갔습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임상 현장에 있는지, 말하는 근거가 세포 실험인지 대규모 인구 집단 연구인지 같은 건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양제 산업의 마케팅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게 우연이 아닙니다. 가운 착용은 신뢰감을 높이는 시각적 장치고, 가격을 일부러 높게 책정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란 실제 약리 작용 없이 믿음만으로 증상이 나아지는 현상을 뜻하는데, 이 효과는 값이 비쌀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영양제일수록 '이건 뭔가 다를 거야'라는 기대가 커지는 거고, 그 기대 자체가 몸의 반응을 바꾸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한두 개의 성공 사례가 이 효과를 증폭시킨다는 점입니다. 어떤 영양제를 먹고 좋아졌다는 수기나 영상을 보면 저도 모르게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100만 명 중 한 명의 사례는 원인과 결과의 연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조군(control group), 즉 같은 조건에서 해당 성분을 먹지 않은 비교 집단이 없으면 그 사례는 통계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은 숫자보다 이야기에 훨씬 약하다는 것, 저도 그 대표적인 예였습니다.

실제로 영양제 마케팅에서 자주 활용하는 패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흰 가운 착용으로 전문가 권위를 시각화한다
  2. 고가격 전략으로 플라세보 효과를 극대화한다
  3. 한두 명의 개인 경험담을 앞세워 감정적 신뢰를 만든다
  4. 세포 실험이나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바로 적용 가능한 것처럼 표현한다
  5. '이것만 먹으면 된다'는 단일 해결책 서사로 복잡한 건강을 단순화한다

이 패턴 중 하나라도 보이면 일단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제가 스스로 정한 기준이 됐습니다.

플라세보를 넘어, 실제 데이터가 말하는 것

멀티비타민(종합비타민)이 건강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동안 당연히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의 관점에서 보면 이 흐름은 이미 상당히 축적된 연구들이 가리키는 방향입니다. EBM이란 개인의 경험이나 의견이 아니라 엄밀하게 설계된 임상 연구의 결과를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 접근 방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 A는 항산화 특징이 있는 지용성 비타민(fat-soluble vitamin)입니다. 지용성 비타민이란 지방에 녹아 몸에 축적되는 성질의 비타민을 뜻하는데,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과잉 섭취 시 배출이 잘 되지 않아 독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용량 지용성 항산화 비타민을 영양제 형태로 장기 복용했을 때 오히려 특정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비타민 C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은 100mg이고 권장 상한선은 1g(1,000mg)인데, 이를 훨씬 초과한 20g씩 매일 복용하다 콩팥 수치가 나빠진 사례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고됩니다. 비타민 C는 옥살산(oxalate)으로 전환돼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신장결석(kidney stone)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신장결석이란 신장 안에 돌 같은 단단한 물질이 생기는 것으로, 극심한 통증과 함께 신장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환자가 "그래도 먹고 싶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마케팅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 실감했습니다.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특정 영양소 성분을 음식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는 수십만 명 규모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그런데 동일한 성분을 영양제로 추출해 먹으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에는 그 성분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섬유질, 수분, 다양한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에 들어 있는 생리활성 물질)이 함께 들어 있어 흡수와 대사 과정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맥락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정리한 국민 영양 현황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채소·과일 섭취량이 권장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추적 연구를 메타분석(meta-analysis) 방식으로 종합했을 때도, 즉 여러 연구 결과를 하나의 큰 데이터로 통합 분석했을 때도 결론은 비슷합니다. 음식으로 먹는 것은 이롭고, 영양제로 먹는 것은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경우에 따라 해롭습니다. 이 차이를 인식하기 전까지 저는 채소 한 접시를 사는 대신 영양제 한 통을 사는 게 더 '건강에 진심'인 것처럼 행동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근거중심으로 건강 정보를 고르는 법

그렇다면 쏟아지는 건강 정보 속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보를 무조건 많이 보는 것보다, 그 정보가 어디서 온 것인지를 먼저 보는 습관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임상 연구의 신뢰도는 설계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세포 하나를 가지고 한 실험과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은 근거의 무게가 완전히 다릅니다. RCT란 참여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해당 성분을, 다른 쪽에는 가짜 약을 주고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현재 의학계에서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가장 엄밀한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런 RCT 결과들을 모아 다시 분석한 메타분석, 그리고 여러 메타분석을 한 번 더 종합하는 우산 리뷰(umbrella review)까지 거친 근거라면 신뢰도가 훨씬 높습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교수가 저서에서 권장한 메트포민(metformin), 피세틴(fisetin),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 세 가지를 예로 들면, 메트포민은 당뇨 치료 효과는 검증됐지만 수명 연장 목적으로 설계된 대규모 ITP(Intervention Testing Program) 연구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NMN도 같은 ITP 연구에서 수명 연장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싱클레어 교수가 젊어 보이고 하버드 교수라는 이유만으로 일본까지 가서 NMN을 사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냥 웃어넘기기 어렵습니다. 저도 비슷한 충동을 느꼈던 적이 있으니까요.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건, 이 영양제 논쟁이 '영양제는 무조건 나쁘다'는 결론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특정 질환으로 인해 흡수 장애가 있거나, 연령이나 체질에 따라 실제로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 후 적절한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분법이 아니라 '나에게 지금 실제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는 태도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등급과 인정 여부를 공개하고 있으니, 구매 전 해당 성분의 근거 수준을 한 번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것이 걸러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양제를 아예 먹지 말아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특정 영양소가 실제로 부족하거나 질환·연령에 따라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영양제가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혹은 '마케팅이 좋아 보여서' 특별한 확인 없이 복용하는 경우입니다. 먼저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실제 부족한 영양소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출발점입니다.

Q.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면 정말 신장에 문제가 생기나요?

A. 하루 권장 상한선인 1,000mg을 훨씬 초과한 고용량을 장기 복용하면 신장결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비타민 C가 옥살산으로 전환돼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결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하루 20g씩 복용 후 콩팥 수치가 나빠진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Q. 베리류 과일이 좋다고 하는데, 어떤 과일을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A. 블루베리, 딸기, 복분자 같은 베리류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당지수(glycemic index, 혈당을 올리는 속도를 수치화한 지표)가 비교적 낮아 건강에 이롭습니다. 복숭아, 사과, 배, 참외도 섬유질과 수분이 많아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편입니다. 다만 과일도 많이 먹으면 혈당이 오르고 살이 찔 수 있으므로, 하루 200~300g 내외를 기준으로 즐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콜레스테롤 약이 뇌에 해롭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A. 이것은 세포 실험 결과가 잘못 해석돼 퍼진 이야기입니다. 세포에서 콜레스테롤이 아예 없으면 세포막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상지질혈증(혈액 내 지질 수치가 비정상적인 상태) 치료를 위한 용량의 콜레스테롤 약은 수천만 명의 장기 데이터에서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확인된 약입니다. 유튜브의 자극적인 제목만 보고 복용을 중단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Q. 건강 정보를 볼 때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있나요?

A. '이것만 하면 다 좋아진다'는 단정적 표현, 한두 명의 사례만 근거로 드는 방식, 세포 실험 결과를 바로 인간에게 적용하는 내용은 일단 의심해야 합니다. 반대로 수만 명 규모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이나 메타분석 결과를 근거로 조건을 구분해서 설명하는 정보일수록 신뢰도가 높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외모나 직함보다 근거의 출처와 설계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건강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덜 속는 것'이 곧 건강을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이라는 생각이 요즘 점점 강해집니다. 저도 영양제 통을 하나씩 줄이면서 그 돈으로 채소와 과일을 더 사고 있습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 같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결국 지루하고 평범한 것들이 쌓여야 몸이 버텨준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youtu.be/fFT6y-v5Eps?si=9LWBPLkdxKKI9N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