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효능 (소염작용, 혈전예방, 암예방)

 


저도 처음엔 아스피린을 그냥 오래된 진통제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심혈관 질환 예방부터 암 발생률 감소까지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이 약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100원짜리 약 하나가 왜 이렇게 자주 언급되는지, 그리고 정말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직접 따져봤습니다.

내가 알던 아스피린과 실제 아스피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스피린을 120년 넘은 구식 약 취급했는데, 알고 보니 지금도 전 세계에서 수십억 명이 복용하는 약이라는 겁니다. 1897년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처음 합성한 이후, 아스피린의 화학명은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입니다. 아세틸살리실산이란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한 살리실산에 아세틸기를 붙여 만든 화합물로, 위장 자극을 줄이면서도 진통 효과를 높인 것이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스피린은 두통이나 감기 몸살에 먹는 약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작용을 동시에 합니다. 진통(통증 완화), 해열(체온 저하), 소염(염증 억제)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소염작용(anti-inflammatory effect)이란 몸 안에서 붓고 열이 나는 염증 반응 자체를 억제하는 기전을 뜻합니다. 이 소염작용이 타이레놀과 결정적으로 갈리는 지점입니다. 타이레놀은 진통과 해열은 되지만 소염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염증이 동반된 통증에서는 아스피린이 더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예전에 어깨가 욱신거릴 때 타이레놀을 먹으면 통증은 잠깐 가라앉는데 붓기나 열감은 그대로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이유가 소염작용 차이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는데, 그제서야 약 선택에도 맥락이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혈전예방과 저용량 아스피린, 무엇이 다른가

아스피린이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혈전억제 효과가 밝혀지면서부터입니다. 혈전(血栓, thrombus)이란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 생긴 덩어리를 말하며, 이것이 심장이나 뇌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집니다. 아스피린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이 혈전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용량이 진통 목적의 500mg과는 전혀 다른 100mg 저용량입니다.

제가 직접 주변 어른들을 보면서 의아했던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왜 그렇게 작은 약을 매일 먹냐"고 물었을 때 "피가 안 뭉치라고"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그게 정확한 설명이었던 겁니다.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게 표준 치료의 일환으로 쓰여왔습니다.

미국 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USPSTF,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2016년에 50세에서 59세 사이이면서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성인에게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공식 권고한 바 있습니다. USPSTF란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구성된 의학 전문가 그룹으로, 국민 건강과 관련된 예방 지침을 심의하고 발표하는 권위 있는 기관입니다. 단, 60세 이상에서는 이익보다 출혈 부작용 위험이 클 수 있어 개인별 판단이 필요하다고 명시했습니다(출처: USPSTF 공식 사이트).

아스피린의 혈전예방 효과를 고려할 때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1. 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심혈관 위험 인자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2. 위장 출혈 병력이나 소화성 궤양이 있는 경우에는 복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3. 아스피린에 의한 천식(아스피린 과민성 천식)이 있는 분은 복용 금기입니다.
  4. 다른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면 병용 여부를 전문의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암예방 가능성,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솔직히 조금 과하다 싶었습니다. 아스피린이 암까지 예방한다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들여다보니 이미 수십 편의 역학 연구에서 아스피린 장기 복용자와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암 발생률 차이가 관찰됐다는 사실을 무시하기도 어려웠습니다.

2017년 영국 BMC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90일 이상 복용한 집단의 대장암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약 34% 낮게 나타났습니다. 같은 해 미국 의학 전문지 포브스가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식도암은 최대 47%, 췌장암 34%, 위암 38%, 간암에서도 유의미한 감소가 보고됐습니다. 국립암연구소(NCI, National Cancer Institute)도 아스피린과 암 예방의 연관성에 관한 다수의 연구를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고 있습니다(출처: NCI 아스피린 팩트시트).

그런데 여기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역학 연구에서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것과 인과관계가 증명됐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역학연구(epidemiological study)란 특정 집단에서 질병과 요인 사이의 통계적 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개별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아스피린이 왜 암 발생을 억제하는지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소염작용을 통해 만성 염증이 암세포로 이어지는 과정을 차단하는 것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이 복용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 간격이 생각보다 크다고 봅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복용을 권장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약값이 싸다는 것이 부작용 위험이 낮다는 뜻과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위장 출혈은 저렴한 약이라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아스피린 구하기 어려운 이유

제가 직접 약국에 가서 바이엘 아스피린을 찾아봤을 때,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재고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미 수년 가까이 국내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본이나 프랑스 여행에서 현지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아마존에서는 500mg짜리 아스피린이 한 알에 100원도 안 된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바이엘 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인도네시아 생산 공장에서 진행한 용출 실험(dissolution test) 결과였습니다. 용출 실험이란 약이 체내에서 적절한 시간 안에 녹아 흡수되는지를 확인하는 품질 검사입니다. 이 검사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자진 회수에 들어갔고, 이후 독일 공장으로 생산 라인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이 장기간 끊긴 것입니다.

물론 공급 중단 자체가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품질 기준을 지키겠다는 결정이라면 이해할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건 왜 다른 나라에서는 정상 판매가 되고 있는데 한국만 이 기간이 이렇게 길어졌냐는 점입니다. 카피약마저 시장에서 씨가 마른 상황이라면, 이건 단순한 품질 관리 문제 이상으로 시장성에 대한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마진이 적어서 공급하지 않는다'는 추측에 대해서는 바이엘의 공식 해명이 나오기 전까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인 건 분명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A. 일반적으로 둘 다 진통과 해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결정적인 차이는 소염작용 여부입니다. 아스피린은 염증을 억제하는 소염작용이 있어 관절통이나 근육통처럼 염증이 동반된 경우에 더 적합하고, 타이레놀은 소염작용이 거의 없는 대신 위장 자극이 적습니다. 어떤 통증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저용량 아스피린 100mg은 누구나 먹어도 되나요?

A. 아스피린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무조건 복용을 권장하기는 어렵습니다. USPSTF 기준으로도 50세에서 59세 사이의 심혈관 위험군에 한해 권고하고 있고, 위장 출혈 병력이 있거나 출혈 경향이 있는 분께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복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아스피린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대장암, 위암, 식도암 등 여러 암종에서 아스피린 장기 복용자의 발생률이 낮다는 역학 연구 결과는 다수 존재합니다. 그러나 역학 연구에서 통계적 연관성이 나왔다고 해서 개인에게 동일한 효과가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작용 기전도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암 예방만을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자의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Q. 현재 한국 약국에서 바이엘 아스피린 500mg을 구할 수 있나요?

A. 공급 상황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태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2016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자진 회수 이후 국내 공급이 장기간 불안정했던 건 사실입니다. 인근 약국에 직접 문의하거나 대체 가능한 성분 동일 제품을 약사에게 안내받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아스피린 복용 시 가장 주의해야 할 부작용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잘 알려진 부작용은 위장 자극과 출혈 위험입니다. 특히 장기 복용할 경우 위궤양이나 소화기 출혈로 이어질 수 있고,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로 인해 수술 전후에는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이 있는 분은 복용 자체가 금기이므로, 복용 이력이 없는 분이라면 처음 시작할 때 의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스피린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이 약이 나쁘거나 좋다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20년 넘은 약이 여전히 연구 대상이 되는 이유가 있고, 동시에 누구에게나 맞는 약이 아니라는 이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예방 목적으로 장기 복용을 고려한다면, 영상 하나나 블로그 글 하나보다 본인의 혈압, 위장 상태, 복용 약을 알고 있는 주치의와의 상담이 훨씬 현실적인 첫 걸음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f-lNFovUS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