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다 리뷰 총정리 (구조조정, 자기합리화, 이병헌)
마음이 복잡한 날일수록 오히려 조용한 영화가 더 깊이 남는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코다(CODA)를 처음 봤을 때,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착하다는 말이 칭찬인지 비판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코다의 수상 결과를 두고 의견이 크게 갈립니다. "아카데미가 드디어 제대로 된 영화에 상을 줬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파워 오브 도그나 드라이브 마이 카 같은 작품을 제치고 이 영화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솔직히 후자에 가까운 편입니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작품 중 하나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Roma)입니다. 로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유로, 파워 오브 도그는 또 다른 넷플릭스 작품이라는 이유로 아카데미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른바 넷플릭스 음모론(Netflix Conspiracy)이라 불리는 시각인데, 쉽게 말해 아카데미가 스트리밍 플랫폼 작품에 작품상 트로피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관측입니다. 이번 코다는 애플 TV 플러스(Apple TV+)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이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가 매년 수여하는 시상식으로, 오랫동안 영화 산업에서 가장 권위 있는 평가 기준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회원들의 투표로 이루어지는 구조상, 다수결의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늘 논란의 소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2019년 그린북(Green Book)이 로마를 제치고 작품상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구도가 이번에도 반복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코다는 정말 작품상을 받을 자격이 없는 영화였을까요. 저는 그렇게까지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가진 장점과 한계를 제대로 짚어봐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다(CODA)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하나는 청각장애인 부모나 후견인을 둔 비장애 자녀를 뜻하는 CODA(Children of Deaf Adults)이고, 다른 하나는 악보에서 마지막 결미 부분을 가리키는 음악 용어 코다(Coda)입니다. 이 이중적 의미는 영화 전체의 정서를 압축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목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루비는 청각장애인 가족 안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녀입니다. 그 환경 덕분에 루비는 가족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노래에 깊이 빠져들었고, 합창단에 들어가면서 줄리아드(Juilliard School) 입시 추천을 받는 상황까지 이릅니다. 줄리아드란 뉴욕에 위치한 세계 최정상급 예술 전문 대학으로, 음악·무용·연극 분야에서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꼽힙니다. 그곳을 처음 합창을 배우는 루비에게 권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루비의 재능이 얼마나 남다른지를 보여줍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이 갈등이 낯설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중요한 선택 앞에서 "내가 원하는 것"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누군가는 "그냥 꿈을 선택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겠지만, 실제로 그 상황 안에 있어보면 그 말이 얼마나 가벼운지 느끼게 됩니다. 루비의 망설임이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학예회 공연 장면입니다. 루비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카메라는 청각장애인 가족의 시선으로 전환됩니다.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웅성임만이 화면 가득 채워지는 그 순간, 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음이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아버지가 루비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고 진동을 느끼려 하는 장면은, 어떤 대사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2014년 프랑스 영화 벨리에(La Famille Bélier, 국내 개봉명 미라클 벨리에)의 리메이크(Remake)입니다. 리메이크란 원작 영화의 스토리나 설정을 토대로 새롭게 제작한 영화를 뜻합니다. 코다는 원작보다 성적인 표현을 줄이고 할리우드 특유의 밝고 희망찬 분위기를 강화했습니다. 원작에 가깝거나 일부 장면에서 오히려 더 낫다는 평가도 있지만, 원작을 완전히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리메이크 작품으로서의 한계도 있다고 봅니다.
코다를 원작과 비교해보면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특히 세 번째 항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할리우드에서는 장애인 역할을 비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코다는 실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트로이 코처(Troy Kotsur)도 그중 한 명입니다. 이러한 캐스팅 방식은 대표성(Representation)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표성이란 영화나 미디어에서 특정 집단이 실제 구성원에 의해 직접 표현되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뜻하며,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코다를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이 과연 루비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줄 수 있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 가족이 루비를 붙잡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루비의 미래를 향해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수월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갈등이 봉합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중반부는 비슷한 긴장과 화해가 반복되면서 리듬감이 흐려지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합창 선생님인 미스터 부위가 오디션 현장에 갑자기 등장해 피아노를 연주해주는 장면은, 아무리 영화적 허용이라도 조금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만큼은 진짜 감동보다 연출의 손길이 먼저 보였습니다.
내러티브(Narrative)라는 측면에서 보면, 코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성장 서사 구조를 따릅니다. 내러티브란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과 구조를 가리키는 말로, 여기서는 주인공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성장에 이르는 고전적인 흐름을 뜻합니다. 그 구조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완성도 면에서 다른 후보작들과 나란히 놓고 봤을 때 차별점이 흐릿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제가 이 영화를 의미 없는 작품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에밀리아 존스(Emilia Jones)의 노래 실력은 예상보다 훨씬 인상적이었고, 가족 배우들의 연기는 연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웠습니다. 영화의 장점과 한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기대치와 실제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출처: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제94회 아카데미 공식 수상 기록)
영화 평론 전문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 따르면(출처: Rotten Tomatoes), 코다는 비평가 지수 72%, 관객 지수 8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평가보다 관객이 더 높이 평가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