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과 최악의 궁합(나트륨, 수산, 칼륨)


솔직히 저는 된장찌개 옆에 김치와 장아찌를 올려놓는 게 건강식이라고 의심 한 번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신장 건강과 식습관 관련 자료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처음으로 '좋다고 알려진 음식도 내 몸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나트륨, 수산, 칼륨 세 가지가 어떻게 신장에 영향을 주는지 알고 나서는 밥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된장찌개와 짠 반찬, 나트륨의 누적 효과

여러분은 된장찌개를 끓일 때 옆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저는 당연하다는 듯이 배추김치, 깻잎장아찌, 멸치볶음을 함께 차렸습니다. 된장 자체가 몸에 좋다고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숫자를 들여다보니 된장찌개 한 그릇에만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의 절반에 가까운 양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멈칫했습니다.

문제는 된장 자체가 아니라 짠 반찬과의 중복 섭취입니다. 나트륨(Sodium, Na)이란 혈액 속 삼투압을 조절하는 필수 전해질인데, 쉽게 말해 혈관 안팎의 물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나트륨이 과도하게 쌓이면 신체는 농도를 희석하려고 혈액량을 늘리고, 그 압력이 그대로 신장으로 쏟아집니다.

고혈압(Hypertension)이란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만성적으로 높아진 상태입니다. 혈관이 노화될수록 탄력이 줄어드는 만큼, 같은 나트륨 양에도 훨씬 큰 부담을 받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짠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신장학회에서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 이하로 권고하고 있는데, 된장찌개 한 그릇과 짠 반찬 두세 가지를 함께 먹으면 이 기준을 훌쩍 넘기기 쉽습니다.

물론 신장 기능이 정상인 젊은 사람이라면 이 정도 나트륨을 큰 문제 없이 처리합니다. 하지만 신장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중장년 이후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 역시 제 몸 상태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된장은 발효식품이니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사실 조리법보다 곁들이는 반찬의 조합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시금치를 생으로 된장찌개에 넣으면 생기는 일, 수산의 문제

채소를 듬뿍 넣으면 더 건강한 된장찌개가 된다고 믿으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특히 시금치는 철분도 풍부하고 녹색 채소 중에서도 영양가 높기로 유명하니까요. 그런데 시금치에 들어 있는 수산(Oxalate, 옥살산)이라는 성분이 문제가 됩니다.

수산이란 식물이 자연적으로 만들어내는 유기산의 일종으로,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하면 수산칼슘(Calcium Oxalate) 결정을 형성합니다. 이 결정이 신장에 쌓이면 신장결석(Kidney Stone)이 됩니다. 신장결석이란 신장 내에 미네랄 결정이 굳어진 상태를 말하는데, 크기가 커질수록 극심한 측복부 통증을 유발하고 요관을 막으면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조리 방식에 있습니다. 시금치를 끓는 물에 먼저 1분 정도 데쳐서 그 물을 버리면 수산 성분이 상당 부분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씻은 시금치를 그대로 된장찌개 냄비에 넣고 끓인 뒤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시면, 수산이 녹아 나온 국물을 그대로 섭취하는 셈이 됩니다. 제 경험상 저도 이 방식대로 먹어왔는데, 이번에 알고 나서는 조리 순서를 한 번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수산이 든 음식을 먹는다고 누구나 신장결석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수분 섭취가 충분하고 신장 기능이 정상이라면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다만 수분 섭취가 부족하거나 신장 기능이 이미 저하된 상태라면 훨씬 적은 양에도 결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시금치가 독이다'기보다는, 어떤 상태의 사람이 어떻게 먹느냐가 핵심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 정확합니다.

된장찌개에 채소를 넣고 싶다면 아래 순서를 참고해 보시면 좋습니다.

  1. 시금치, 근대 등 잎채소는 별도 냄비에 끓는 물로 1분 데친 뒤 건져서 사용한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긴 후 깍둑썰기하여 미지근한 물에 30분 이상 담가 칼륨을 제거한다.
  3. 두부는 포장을 뜯은 직후 따뜻한 물에 5분 담가두거나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군 뒤 사용한다.
  4. 데친 채소의 물은 반드시 버리고 조리에 재사용하지 않는다.

이 전처리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냄비 하나 더 쓰는 1분의 차이가 신장이 처리해야 할 부담을 상당히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나서는 조금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잡곡밥과 바나나, 칼륨 과부하는 어떤 경우에 위험한가

건강을 챙긴다고 하면 잡곡밥, 채소 반찬, 과일 후식이 거의 공식처럼 여겨지죠.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저도 오랫동안 그 공식을 의심 없이 따랐습니다. 그런데 이게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칼륨(Potassium, K)이란 심장 근육을 포함한 모든 세포의 전기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전해질입니다. 건강한 신장은 혈중 칼륨이 높아지면 소변으로 여분을 내보내 균형을 맞춥니다. 하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이 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혈중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를 고칼륨혈증(Hyperkalemia)이라고 부르는데, 이 상태가 되면 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의학적으로 응급에 가깝습니다.

된장 자체에도 칼륨이 들어 있고, 잡곡밥(특히 검은콩, 귀리, 팥이 들어간 경우)과 바나나는 칼륨 함량이 높은 식품입니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에게는 이 조합이 오히려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칼륨이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실제로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신장이 그 배출 기능을 제대로 못 할 때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참고 자료가 다소 과하게 경고하는 측면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잡곡밥과 바나나를 된장찌개와 먹으면 심장이 멈출 수 있다'는 식의 단정은 사실 신장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분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잡곡밥과 바나나를 무조건 위험한 식품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건강 정보는 '누가, 어떤 상태에서'라는 맥락이 빠지면 절반의 정보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NIDDK)에서도 만성콩팥병 환자에 한해 칼륨과 나트륨 섭취를 제한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동일한 제한 권고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의 신장 기능 수치(크레아티닌, 사구체여과율 등)를 모른다면 먼저 기본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사구체여과율(GFR, Glomerular Filtration Rate)이란 신장이 1분 동안 혈액을 얼마나 걸러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신장 기능의 전반적인 상태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60 이하로 떨어지면 만성콩팥병으로 분류되며, 그때부터 식이 제한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숫자를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된장찌개에 시금치를 넣으면 무조건 신장결석이 생기나요?

A. 신장 기능이 정상이고 수분 섭취가 충분한 분이라면 일반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금치를 데치지 않고 생으로 넣은 뒤 국물까지 마시는 방식은 수산 섭취량을 늘릴 수 있으므로,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있거나 이전에 결석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조리 방식을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비뇨의학과나 신장내과에서 소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 잡곡밥이 신장에 안 좋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A. 잡곡밥 자체가 신장에 나쁜 것은 아닙니다. 칼륨 함량이 백미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신장 기능이 정상인 분께는 오히려 혈압 관리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분(GFR 60 미만)이라면 칼륨 섭취 조절이 필요할 수 있으니,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본인에게 맞는 식단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된장찌개를 매일 먹어도 괜찮을까요?

A. 된장 자체는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익균과 이소플라본이 있어 건강에 좋은 식품입니다. 다만 나트륨 함량이 높으므로 된장의 양을 평소보다 줄이고, 채수를 충분히 활용해 국물 농도를 낮추는 방향이 현실적입니다. 함께 곁들이는 짠 반찬의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전체 나트륨 섭취량을 상당히 낮출 수 있습니다.

Q. 콩팥이 나빠지고 있는지 집에서 확인하는 방법이 있나요?

A. 아침에 눈가나 손가락이 자주 붓거나, 저녁에 양말 자국이 오래 남는다면 신장의 배수 기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변에 거품이 가라앉지 않고 지속된다면 단백뇨(Proteinuria)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신장 필터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집에서의 확인은 참고 수준이고, 정확한 판단은 혈액검사와 소변 검사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Q. 된장찌개 나트륨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나요?

A.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된장을 평소의 절반만 넣고, 무와 양파를 충분히 넣어 채수로 감칠맛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표고버섯에 들어 있는 구아닐산(Guanylic Acid)이란 식품의 감칠맛을 내는 천연 성분인데, 이것이 된장의 짠맛 부족을 상당 부분 채워줍니다. 소금 없이도 맛이 풍부해지니 한 번 시도해 보시면 생각보다 만족스럽습니다.

건강 정보는 두렵게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된장찌개 자체를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짠 반찬 조합을 줄이고, 채소 전처리 방식을 한 번 바꿔보고, 자신의 신장 기능 수치를 파악하는 것, 이 세 가지만 해도 식탁이 꽤 달라집니다. 저도 이번 계기로 혈액검사를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생겼는데, 이 글을 읽으신 분들도 한 번쯤 기본 검사부터 챙겨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신장 기능에 관한 식이 제한은 반드시 담당 의사 또는 영양사와 상담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youtu.be/gGxWcbZpLV4?si=p960RqTtuvcObOtE